로마서 8장 1절 — 그 빈 자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게 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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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서 8장 1절을 처음 읽었을 때, 나는 이 말씀이 나를 향한 것인지 몰랐습니다. “그러므로 이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자에게는 결코 정죄함이 없나니.” 짧은 한 문장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문장이 내 안에 자리를 잡기까지, 나는 오랜 시간을 돌아다녔습니다. 왜 이 말씀이 나에게 닿지 않는지 몰랐습니다. 그 이유를 알게 된 것은, 내 삶 안에 비어 있어야 할 자리 하나를 내가 차지하고 앉아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자리 하나,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니었습니다

나는 오래 그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내 것인 줄 알았습니다. 내 생각을 올려놓고, 내 기준을 세우고, 내 옳음을 붙든 채로. 하루하루 내 판단이 기준이 되었고, 내 방향이 삶의 방향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사는 것이 성숙한 삶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했습니다. 그 자리에 앉을수록 무거워졌습니다. 높은 자리는 원래 이렇게 무거운 것인가 싶었습니다. 더 열심히 하면 가벼워질 거라 생각했습니다. 더 많이 기도하고, 더 많이 헌신하면 이 무게가 줄어들 거라 믿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높아서 무거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주인이 아닌 자가 앉아 있었기 때문에 무거웠습니다.

주인도 아니면서 주인의 짐을 지고 있었습니다. 결정은 내가 하는데, 결과도 내가 감당해야 했습니다. 모든 판단의 무게가 오롯이 내 어깨 위에 쌓였습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그 무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신앙이 무거운 이유도, 삶이 버거운 이유도 종종 여기에 있습니다. 내가 앉으면 안 되는 자리에 앉아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도덕적 실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의지가 약해서도 아닙니다. 아담 이후 모든 사람이 본능적으로 그 자리를 차지하려 합니다. 내 삶의 중심에 내가 있고 싶은 것은 누구나 가진 조건입니다. 신앙이 아무리 열심히 해도 허전한 이유가 여기에 있을 수 있습니다. 자리의 주인을 몰라서가 아니라, 내가 그 자리를 비워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 침묵이 나를 깨웠습니다

어느 날, 그 자리 앞에 한 분이 서 계셨습니다.

책망이 없었습니다. 지적도 없었습니다. 아무 말씀도 없이, 그냥 서 계셨습니다. 우리는 종종 하나님이 천둥처럼 오실 거라 생각합니다. 강하게 책망하시고, 크게 꾸짖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잘못된 자리에 앉아 있으면 벼락같이 일어나실 거라 여깁니다. 그러나 그분은 말없이 서 계셨습니다. 십자가의 사랑으로 나를 바라보시면서.

그 침묵이 나를 깨웠습니다.

침묵은 비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때로는 어떤 말보다 더 깊은 것을 전합니다. 사람의 말은 귀를 두드리지만, 이 침묵은 마음을 건드렸습니다. 그 침묵 안에서 나는 처음으로 제대로 보았습니다. 아, 처음부터 그분의 자리였구나. 내가 빼앗아 앉아 있었구나. 그 깨달음 하나가 모든 것을 바꾸었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이 가장 선명하게 보이는 순간은 강한 음성이 아니라, 이런 말없는 침묵 속에서 오기도 합니다.

로마서 8장 1절 — 정죄함이 없나니

“그러므로 이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자에게는 결코 정죄함이 없나니.” (로마서 8장 1절)

내가 빼앗아 앉았던 자리까지도, 그분은 정죄하지 않으셨습니다. 조용히 십자가로 품으셨습니다. 이 말씀이 놀라운 이유는 조건이 없기 때문입니다. “충분히 회개하면”, “더 오래 기도하면”, “더 열심히 믿으면”이라는 단서가 없습니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자에게는 결코, 결코 정죄함이 없습니다.

이어지는 말씀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생명의 성령의 법이 죄와 사망의 법에서 너를 해방하였음이라.” (로마서 8장 2절) 해방은 내가 더 열심히 노력해서 얻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이루어진 것입니다. 이미 선포된 것입니다. 나는 더 이상 그 자리의 무게를 지지 않아도 됩니다.

“주께서 나의 모든 죄를 주의 등 뒤에 던지셨나이다.” (이사야 38장 17절) 던지셨습니다. 과거형입니다. 이미 완료된 사건입니다. 하나님이 등 뒤에 던지신 것을 내가 다시 꺼내 들고 다닐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종종 그것을 다시 꺼내 듭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아직 내 자리에 앉아 있기 때문입니다.

죄는 기억되지 않았고, 정죄는 침묵했으며, 은혜만이 내 안에 남았습니다. 이것이 복음의 본질입니다. 내가 더 잘해야 받는 것이 아니라, 이미 이루어진 것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이기는 이는 내가 아닙니다

내가 그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분이 그 자리에 앉으셨습니다.

그 순간, 평생 짊어졌던 무게가 내 어깨에서 그분의 사랑으로 옮겨졌습니다. 무게가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옮겨진 것입니다. 내 어깨에서 그분의 어깨로. 그분은 그 무게를 십자가에서 이미 끝내셨습니다. 내가 오랫동안 혼자 들고 있었을 뿐입니다.

“우리를 사랑하시는 이로 말미암아 우리가 넉넉히 이기느니라.” (로마서 8장 37절) 이기는 이는 내가 아닙니다. 그분이 앉으신 자리에서, 오늘도 그분이 이기십니다. 그래서 나는 비로소 쉴 수 있었습니다. 이기려고 싸우던 자리에서 내려와, 이미 이기신 분 안에 머무는 것. 그것이 안식이었습니다.

그 빈 자리. 혹시 아직도 당신이 앉아 있습니까. 그분은 지금도 말없이 서 계십니다. 당신을 밀어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의 모든 짐을 대신 지시기 위해. 신앙의 무게가 끝나지 않는다면, 어쩌면 아직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일 수 있습니다.

로마서 8장 1절은 선고가 아닙니다. 초대입니다. 그 자리에서 내려오라는, 그리고 비로소 쉬라는 초대입니다. 그 자리의 주인은 처음부터 예수 그리스도이셨고, 지금도 변함없이 당신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자리를 비워두면 됩니다. 그분이 앉으십니다.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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